다시쓰는 육아일기 95

1989. 6. 26 밤 12시

바쁜 날들이었다. 장뜨고 고추장담고 증조할머님 제사 지내고 장마진다고 빨래하고... 내일 김치만 담그면 대충 큰 일들이 지나간다. 경민이가 벌써 감기로 5일째 고생을 하고있다. 나역시 몸살감기가 들어서 힘들고. 어제 경민이 말을 사주었더니 좋아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경민이가 말에서 떨어졌다. 다리에 상처가 났다. 안스러운 내새끼 콧물을 계속 흘리고 기침을 심하게 하고, 빨리 감기가 낳아야 할텐데... 내일 또 병원에 가야할까? 잠자고 아침에 깨면 씻은듯이 깨끗하게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은 김치좀 담그고 은행에 다녀와서 푹 쉬어야겠다. 할머님이 갑자기 좋아졌다 친 할머니같이 느껴진다. 내겐 외할머님도 친할머님도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머니의 존재를 모르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자꾸 할머님이 좋..

1989. 6. 14 수요일 비 오전 11:40

아가가 갖은 재롱을 다 부린다. 짝짝쿵....만세 도리도리 혼자 일어서고 장난도 잘친다. 제법 말을 걸면 눈을 응시하며 듣는척도 하고 가끔 말대꾸도 한다.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천사. 밥도 잘먹고 우유도 잘 먹는다. 빵. 야쿠르트..쥬스 토마토.. 나의 사랑 나의천사 지금 코코블럭을 갖고 놀다가 엄마찾아 마루로 기어나왔나보다 나비를 가지고 놀다... MBC 아침을 달린다로 부부영상 편지를 보냈다. 주제가 입덧이라는 내용인데 글쎄 방송국에 한번 출연할 기회가 주어질런지.. 오늘 보냈으니까 도착되겠지. 꼭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아가가 마루에 있다가 엄마가 안보이니까 징징 짜다가 "경민아" 하고 이름을 부르기가 무섭게 작은방으로 비호같이 달려왔다. ***(지금생각) 부부영상편지가 당첨 안되었나부다..ㅎㅎ 당선..

1989. 6. 12 월 흐림 오후 4시

아가가 일곱발짝이나 걷더니 좀처럼 진전이 없다. 기껏해야 두세발짝이다. 거짓말처럼.... 제깐에 겁이 나는 모양이다. 어제 외할머님댁에 다녀오더니 피곤하니 줄곧 낮잠이다. 아침에도 다른날보다 늦게 일어났다. 잘 놀지않고 짜더니 이내잠이 들었다. 귀여운 아가. 그이가 살이 많이 빠졌다. 눈에 띄게 빠졌다. 기분좋은 날이 별로 많지 않고 일찍 귀가 하는날도 거의 없고 일요일이면 잠에 취하여 밥도 굶고 잠에 빠져든다. 평상시에도 퇴근후 저녁 들기가 무섭게 잠에 취한다. 옛날처럼 신나는 일도 별로 없는듯하고 짜증스럽게 살아가는 나날들이다. 즐거운 일이 없는걸가? 나역시 입맛도 없고(둘째 임신중이므로) 피곤하기만 하고 졸리운데 큰딸아이와 놀다보면 낮잠도 자기 힘들어 항시 피곤에 시달린다. 눈에 띄게 명랑기가 없다..

1989. 6. 8 목 비바람 오후 2:50

밤새 창문을 흔들며 비바람쳐댔는데 하루종일이다. 아가가 잠만 자고 (비가 오는줄 아는모앙) 이제서 난 빨래를 끝냈다. 다른날같으면 세발자전거 뒤에 아가를 싣고 다닐텐데.. 오늘은 아가가 따로 따로 스다가 한발짝 두발짝 띄었다. 작게 뛰었지만 너무너무 기뻤다. 일어서서는 손놓고 만세도 부르고 지난 일요일엔 아빠 따라서 목욕탕엘 다녀왔다 울지도 않고 잘 놀더란다. 재롱둥이 딸랑구 종일토록 함께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잠을 잘때면 심심하다. ***(지금생각) 이제 슬슬 걸을 준비가 되었네 우리 이쁜딸랑구... 힘든상황중에도 아가는 세상에 발 디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구나.. 녀석 기특하다^^ 그런데 아빠가 딸아이를 남자목욕탕에(??) 요즘같으면 어림없는일...ㅎㅎㅎ 망측해라....ㅋㅋㅋ

1989. 6. 2 금. 맑음 오후 12:25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아가돌도 지나고 많이컸다. 아직 걷지 못하는게 안타깝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아가가 고맙다. 따로를 꽤 오래 서있기는 하지만 아직 미숙하다. 그런데 어찌나 잘 더드는지 어떤때는 시끄럽기도 하다. 재롱이 많이 늘고 한창 예쁜짓하며 엄마 아빠를 홀린다. 삼촌이 15일 휴가를 마치고 어제 귀대했는데 꽤나 피곤하고 힘들었던 10여일이었다. 배속의 아기도 아무탈없이 잘 자라고 있다. 벌써 4개월째로 접어든다. ***(지금생각) 돌이 지났는데두 걷지 못하였던 녀석 지금도 운동신경은 크게 좋지는 않다..ㅋㅋ 그런데 한달여동안 많이 바빴나보다 삼춘 휴가도 다녀가고 우리 이쁜 큰딸아가 돌잔치도 치루고... 5월31일이 아가 돌잔치였을터 5월1일 다음 바로 6월2일이라니...

1989. 5월1일 월요일 오후 8:10

어제 도배를 했다 굉장히 큰 공사였다. 그이는 출근하고 아기는 이웃집 아줌마가 봐주시고 아가가 안스러워 혼났다. 찾으러 갔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흐느꼈다. 아줌마만 꼭 붙어서 안떨어지더라고 했다. 이제 커텐도 새것으로 달고 온통 집안을 쓸고 닦고 했더니 개운하다 꽤나 힘드는 일이었다 아가가 이제는 무릎으로 긴다. 그런데 밥을 잘 먹지 않아서 걱정이다. 내일은 좀 쉬어야지 오월의 첫날 참으로 개운하다 ***(지금생각) 도배를 했다니... 남편은 출근하고..(?) 도대체 기억나지 않네그려 참으로 씩씩했던 나... 내 남편..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정말 철없네... 그때나이 스믈아홉살 내 나이는 스믈일곱.. 참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네~~

1989. 4. 29 토요일 맑음 오후 2:45

아가가 많이 자랐다. 이제 붙잡고 일어서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눈만뜨면 잡고 일어설 수 있는것은 무엇이든지 붙잡고 일어선다. 특히 문갑을 붙잡고 서기를 즐겨하고 엄마 아빠만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오르락 내리락 재롱둥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고 악을 박박 쓰며 운다. 목욕하고 나와서 물기를 닦으려 내려놓으면 뒹굴며 마구 울어제낀다. 귀엽고 사랑스런 아가가 1시부터 계속 잔다. 우유를 숫가락으로 먹지 않고 컵째 들이킨다. 이유식은 아주 썩 잘 받아먹는다. ***(지금생각) 아가 모습이 눈에 선하다 녀석...ㅎㅎㅎ 그때 아가만 보면 힘이 났었지..ㅎㅎ 아기를 키후는 행복이 이런거였네 지금은 전혀 생각이 나지않아 힘들었었다는 생각밖에~~

1989년 4월 23일 일요일 흐림 오후 1:10

그이는 야유회를 떠났다. 면허증을 두고갔기 때문에 불안하다. 설마 별일이야 없겟지. 어제 그는 몹시도 지치고 괴로와 보였다. 월급이 이번달에도 그대로인 것이다. 지난달에도 주임으로 승진했는데 그대로였으므로 낙심천만이더니 이번달에는 정기승급도 포함돼 있어서 오만원정도는 오르리라고 기대했었다. 그이도 나도.. 몸살났는지 약을 지어먹고 땀을 어찌나 흘리던지 안스럽다 12시퇴근 했으므로 매일 밤잠도 제대로 자지못하고 아침이면 일어나기 힘들어 했는데 일할 의욕을 잃었다고 했다 맥이 쭉 빠지는듯했다 그런데 나도 그의 기분을 맞추어 주지 못했다. 늦게 들어와서 야유회 가는 준비물들을 모두 해야한다며 시장을 봐 왔다 피곤이 겹쳐서 배속의 아기도 있으므로 힘드는데다 아가도 우는데... 아직 철부지다. 아내를 아낄줄 모르..

1989. 4. 22 토 흐림 오전10:40

피곤한 나날이 계속된다. 아가가 떼를 쓴다. 날씨가 꽤나 무덥다 그이가 거의 매일 늦게 들어온다. 피곤하다. 배속에서 둘째 아기가 만들어지고 있음에 더욱더 피곤한가보다 항상 잠이 부족하고 요즘에 빨래가 많다. 집안일이 귀찮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난다 아가를 많이 울렸다 (미안해 아가야) 잠투정이 너무 심해서 내가 힘들기 때문에 ~~ 어디 멀리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 바람이라도 쐬었으면 좋겠다. 자연의 내음을 듬뿍 맡았으면 좋겠다. 내일 그이는 야유회를 간다고 한다. 내일은 혼자서 집에 있어야한다. 누군가와 많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친한 친구와 아무 이야기나 두서없이 나누고싶다. 왜 이럴까? 사는게 힘들다는 생각이든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누군가 옛사람을 만나고싶다..

1989. 4. 18 흐림 오후 8:10

벌써 결혼 2주년 기념일이다 그리 길지않은 2년째 되는 날이건만 꽤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듯싶다. 큰딸아이가 생겼고 그새 인생을 많이 살아온것 같다 **** 결혼기념일인데두 맛있는 밥도 같이 안 먹었나봐... 정말 정떨어지는 사람이네 꽃다발이라도 들고 와주었으면 어땠을까? 좀더 힘이 났을텐데..ㅎㅎㅎ 참 개념없는 남편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