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육아일기 95

1989. 2. 25 토요일 비 오후 12:45

비가 내린다. 봄을 재촉하는듯 아침부터 계속 쉬지않고 내린다. 목욕을 하니 모든 피로가 풀리고 몸이 가볍다. 정말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개운한 기분이다. 아가가 잠투정을 하다가 젖을 조금 먹고는 잠이 들었다. 이제는 무엇인가 자꾸 지껄인다.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제 나름대로 의사표시로 지껄이는 모습은 정말로 사랑스럽다. 하루종일토록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아가가 없을때 어떻게 지내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제 아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조차도 힘들다. 하나님의 선물..우리아가. 기분 좋을때 고사리같은 앙증스러운 손으로 엄마 얼굴을 만지면 떠드는 모습은 깨물어주고프도록 어여쁘다. 아빠가 퇴근하여 돌아오면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라할땐 아빠가 어찌나 기뻐하던지 우리 식구 모두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하루도 ..

1989. 2 21 화 흐림

약간 쌀쌀한 날씨다. 어디선가 봄이오는 소리가 들리는것도 같은데 우리집에선 아직 봄이 오지않는다. 아가의 동요 테이프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아가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은양 소리나는 옆으로 가서 보행기 장난감을 쥐고 혼자서 흥얼흥얼 떠들며 논다. 머리가 좀 자라서 고무줄로 묶어주고 나비핀을 꼽아주니 제법 여자(?)티가 나는듯하다. 어디가나 사내아이인줄 착각한다. ㅋㅋㅋㅋ 이제 기려고 조금씩 운동을 한다. 엉덩이를 높이 쳐들었다가는 양쪽발 뒤꿈치를 까치발띠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아직 이빨은 나지않고 잇몸이 간지러운지 젖을 꽉 물고는 놓지를 않을때가 종종있다.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우리천사 무럭무럭 자란다. 따스한 봄날이 오면 어느샌가 아장아장 걸어다니겠지. 그때는 손잡고 봄나들이를 ..

1989. 2. 20 월요일 맑음 오후 2시 40분

어제가 우수였다.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한가로운 오후다. 어제는 온가족이 모두 과천 서울대공원엘 갔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밖에도 볼거리가 얼마든지 있었다. 많은 사람들.. 가족 나들이가 많은걸 보니 다들 행복해 보였다. 우리 아가는 피곤했던지 잠을 자고.. 아빠 배에 매달려서 새근새근 잘도 자는 우리아가에게 많은걸 보여주고팠는데... 현대미술관 앞의 가지가지 조각품들이 멋있게 자리하고 있었다. 몇장의 사진을 찍고는 다리가 아파서 벤취에 앉아서 쉬었다. 아가는 찬우유를 조금 얻어먹고는 또 잤다. 왠지 쎄레락도 잘 먹지않고 그냥 잠만 자는 아가 꽤나 피곤했던가보다. 아가가 변을 굉장히 단단하게 싸다가 아픈지 땀을 뻘뻘 흘리며 울었다. 어찌나 안스럽던지.. 변비가 있나부다 목욕한 직후라서 좀 추울텐데 ..

1989. 2. 17 금요일 흐린날씨 오후 2시

참으로 오랫만에 글을쓴다 아가가 밤낮이 바뀌었다. 밤잠을 제대로 못자니까 12시까지 누워서 애써 잠을 청하는날들이 쌓여만간다 하루해가 너무나 짧다.너무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우리 천사는 잠을 잔다. 11시 30분까지 자고 일어나 두시간여동안 보행기를 타고 놀다가 이내 칭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이제는 "엄마""엄마" 라며 반복한다. 어떤댄 신경질적으로 어떤댄 보이지 않기만 하여도 열심으로 찾으며 엄마를 부른다.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ㅣ 정말 이제는 내거 "엄마"구나! 라는걸 절실히 느꼈다. 그런데 아빠 소리를 못하니까 아빠가 조금 서운해하는듯 싶다. ***(지금생각) 아빠가 매일 늦게 들어오니 돌보아줄 시간도 없으니 '아빠' 라는 소리를 잘 못하는게 아닐까..ㅎㅎ

1989. 1. 19 새벽 2시 30분 목

박인희의 우리둘이는 이라는 책을 다 읽었다. 너무도 맑은 영혼을 지닌 여자라고 느꼈다. 하나님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어린아들 환이의 믿음 온가족의 믿음이 보였고 혜인이라는 수녀님과의 깊은 우정도 느겼다. 생활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시간을 마구 보내버리는 나의 습관을 하루속히 고쳐야겠다. 얼마든지 시간을 활용하여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내면의 성숙을 가져올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 이제까지 고인물이었다. 고인물을 썪고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흐르는 물이 되어야지. 맑은 샘물이 되도록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도록 노력하고 잠자지 않는 시간은 되도록이면 눕지말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도록 하자꾸나. 교회에도 꼭 나가고프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고 경민이에게도 하나님으 존재를 가르쳐주고프다. ..

1989. 1. 12 목 오후 2시 13

보고픈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옛 사람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친구들로부터 국민학교때 담임선생님 이병주 선생님도 보고싶고 천정옥 양희자 유성숙....(초딩 친구들 이름) 국민학교때 헤어진후 이제까지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나의 추억속의 친구들까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다들 시잡가서 아기낳고 잘 살고 있겠지 고무줄 핀치기등. 재미있게 놀던 곡수국민학교 운동장이 그때는 굉장히 넓었었는데... 고향길을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까? 벌땀, 곡창미산 개울 우리작은 빨간 기와집, 불쌍한 검둥이..(키우던 우리집 개..) 그립고나... 겨울이면 목화솜따고 고추대에 매달린 고추따고 고구마 말랭이 씹으면서 널뛰고 자치기 하고 술레잡기도 했었는데.. 밤에는 화롯가에 앉아 고구마 구워먹으며 등잔불 밑에서위풍이 ..

1989년 1월 3일 화 오후 11:20~11일

삼일동안의 휴일이 바쁘게 지나가고 새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우리아가 더욱더 똘똘해지고 예뻐졌다. 1월 7일 토 Am 11:25 아가가 많이 컸다. (많이 바쁜가~~! 딱 1줄이넹) 1월 11일 수요일 오후 2:20 겨울날씨답지 않게 며칠동안 포근한 기온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울리지 않게 비가 내린다 하는 일도 없이 그냥 날들이 지나간다 11시까지 누워서 빈둥거리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곤욕을 치루고~~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아가가 보행기를 밀며 뭐라고 떠들며 달려온다. 엉덩이르 쭉 뒤로 빼고 딸랑이를 빨고 침을 흘리며 엉거주춤 양쪽 발을 교대로 미는 모습이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실컷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젖 한모금 얻어먹고는 노는 모습이 귀엽다. 밥상을 보면 무엇인가 얻어 먹고싶어 입..

1988년 12월 31일 토요일 흐림 오후 3:40

벌서 88년이 얼마남지 않았다 아가도 이제 꽤 컸다 이유식(쎄레락)도 제법 잘 먹고 신경질을 부릴때도 있다 고 귀여운 몸짓으로.. 졸려서 잠투정을 부릴땐 또 얼마나 앙증스러운가~ 아가를 안으면 세상을 다 포용한것처럼 포근하고 기쁨이 넘친다 작은 몸짓으로 손도 엄마 입에 넣어보고 기분좋을때 나름대로 떠드는 모습이란 깨물어주고프도록 사랑스럽다 젖을 먹을때 입을 딱 벌리며 달려드는 모습이란 그야말로 미치도록 어여쁘다. 이제 왼쪽으로도 업고 보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며 일을 치기도 하고 밥상에 와서는 무엇이든 만지려든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나의 천사. 눈이 너무 맑고 초롱초롱해서 그눈에 비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어떨까 궁금하다 때묻지 않은 아가의 눈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어얄텐데.. 어제는 도련님이 휴가 나왔..

1988. 12월 16일 금요일 흐림 오후 1:35

날씨가 꽤나춥다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 창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싸늘하니 차다 세상이 매우 시끄러운 가운데 아가의 재롱은 날로 늘어간다 오늘은 왠지 줄곧 잠만잔다 12시20분에 쎄레락을 먹고 조금 떠들며 딸랑이를 흔들고 놀더니 이내 손을 발다가 잠이들었다 이유식을 제법 잘 받아먹는다. 기특하다 사과를 아빠가 먹으면 쳐다보고 입맛을 다시다가는 사과쪽으로 입이 따라가 빨아먹는다 재미있는 저녁시간이다 아빠는 꼭 아가를 안고 과일을 먹으니 너무 우습고 재미있다. 아빠손에 있는 사과로 고 조그만 입을 벌리며 쫓아가는 모습.... 회사에서 다른 약속이 생겨도 되도록이면 빠져서 집으로 돌아온다 매일 저녁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이 일과가 되었으므로 저녁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다툴일도 없고 매사에 잘 하려고 서로 노력하는..

1988. 12월 13일 화요일 맑음 오후 9:00

아가도 그이도 나도 모두 감기가 나았다 아가 백일반지를 팔아서 마음이 아프다 아가내복 내 내복 쎄레락 밀루파매일(이유식)을 샀다 약간 묽게 타서 먹이면 조금씩 먹는다 이제 아가가 많이 약아졌다 양쪽팔을 휘두르며 좋아라고 쳐다보며 웃음친다 장난칠줄을 알고 보행기를 이제 제 마음대로 운전하며 다닌다 오늘 TPT 소아마미 경구용 예방주사를 맞혔는데 조금 울고는 그만이다 예쁜 아가.. 보채지도 않고 배부르면 잘논다. 12월 14일 수요일 흐림 오후 3:55 엊저녁에 열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이제 식었다 (TPT) 밤새도록 잘 자고 새벽 5:30분에 깨어서 깜깜한데두 떠들며 노는 아가의 모습을보고는 안심했다 기분좋을땐 어지나 잘 떠드는지 재미있다 저만의 소리로 시끄럽게 떠들때는 TV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림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