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육아일기 95

1989. 4월 17일 밤 12:20

아직 아무 소식이없다. 전화 한통 하지않고 지금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옷 매무새에만 신경을 쓰고 출근하면 들어오는 시간이 더 늦다 의심하지 않으려 하지만 거의 12시가 넘고 두세시가지 종종있다 도대체 이렇게 늦도록 무얼하고 있을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마감날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이시간까지 매일 일을하고 있을리는 없고 오늘은 들어오면 단단이 약속을 해야겠다. 거의 이주일동안 아니 주임으로 승진한 다음부터 일찍 들어오는 날이 며칠 되지 않는다. 사는게 재미가 없다 매일 기다리는 시간들.. 반찬을 만들어도 혼자서 맛도 모르고 꾸역구역 허기만을 채우려고 먹는다. 아가가 노는 시간에는 그래도 덜 외롭지만 아가가 잠든 시간에는 외로움이 엄습해온다. 난 왜 그이의 말을 신뢰하지 못 하는가? 왜 그는 진실해 보이지 않을..

1989. 4월 17일 월요일 흐림 오후 3시

아가가 제법 잘 떠든다 되지않는 말이지만 자구만 지껄이며 무언가 자기 의사를 표현한다. 엄마를 쳐다보며 떠들다 마주치면 씽긋 웃는다. 깨물어주고프도록 예쁜 나의천사 그런데 동생이 생겨서인지 일들이 귀찮고 아가마져 보챌때는 그냥 누워있고픈데 짜증이 나서 그냥 울게 내버려 두기도 했다 미안하다 우리아가에게 이제 기는것은 선수급이고 사람만 앉아 있으면 붙잡고 일어서려 든다. 귀찮을 정도로..ㅎㅎ 그리고 울면 엄마가 와준다는걸 터득했음일가 눈물도 나오지 않고 그냥 울어제낀다. 나의 사랑스런 아가가 신경질적으로 될까봐 걱정이 되지만 울때마다 돌보아 주고프지만 잠시는 그냥 둬두는일이 많다 아가에게 미안하다. ***(지금생각) 에구구.... 큰딸아이에게 지금생각해도 정말 미안하네 동생을 너무 일찍 보아서 나도 힘들고..

1989년 4월 10일 월요일 맑음

아가가 이유식을 매우 잘 먹는다 젖을 종일토록 먹이지 않아서일까 우유도 먹고 요플레도 먹고 그런데 9시쯤 너무 보채기에 젖을 먹였더니 잠이 들었다. 대변도 좋게 보아서 우리아가의 건강은 좋다. 외할머님댁에서 어찌나 재롱을 부렸던지 인기만점이었다. 사랑스런 나의천사. 피곤한가보다. 엄마의 사랑을 깊이 느꼈다. 아가 똥싸고 오줌싼 기저귀를 내가 아가랑 깊이 잠든 사이에 빨아널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이천원을 주시며 송서방 삼겹살 사주라고 하셨다. 돈도 없으실텐데.. 친정에 왔는데 맛있는것 해주지 못했다고 내내 서운해 하시더니.. ***(지금생각) 이천원..ㅎ 그때 이천원이 삼겹살 살수 있을 정도였나? 친정에 잠시 다녀왔나... 차도 없이 어찌 다녀왔을까 아기업고 기저귀가방 들고 지금은 내 차로 가면 쓩 잘..

1989. 4월 8일 토요일 맑음 오후 5:50

맑은 하늘이 파랗기만한 화창한 날씨다. 아가가 이유식도 조금씩 먹고 잘논다. 이제 젖을 떼어야겠다 안스러워도 삼일만 참으면 된다고 하니까. 음력으로 삼월삼일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짖날이다 오늘 장을 담갔다 할머님 말씀대로 물 4말 소금1말 할머님이 팔이 아직 아프시다는데 지금은 좀 어떠신지 나이 많으시므로 빨리 낳지는 않으시리라. 생각했지만 이렇듯 오래도록 아프시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그이가 어제 아니 오늘 새벽 세시반에 들어왔으므로 머리가 많이 아프다고 했는데 어떤지 모르겠다. 너무도 화가나서 쌀쌀하게 대했는데.. 아침도 먹지않고 꿀물만 먹고 나갔는데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다 거의 매일 12시 아니면 1시 2시 3시~~ 본인도 힘들테지만 나도 잠도 못자고 힘든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

1989년 4월 7일 금요일 흐림 오후 6:35

아가가 오늘은 원기왕성하다. 약은 모두 먹였고 설사도 한번도 안했다 이유식을 조금 먹였고 과자도 조금 먹였고 밥도 조금 먹었다. 나의 예쁜아가 즐겁다. 밖으로 유모차를 끌고 한동안 돌아 다녔더니 이제는 깊이 잠들었다. 정말 우리아가 오늘은 밖에서 많이 놀았다 시장에도 다녀오고 밥상을 잡고 일어서기도 하고 아주 활발하게 돌아다녔다. 이제 좀 몸이 제대로 돌아왔나보다 기쁘다.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잠에서 깨지 않는다. 이제 집안일을 부지런히 끝내고 밖에서 많은 시간을 놀아주어야겠다. 옆골목으로 가니까 담너머로 목련꽃이 어찌나 화사하게 웃고 있던지 몇번씩이나 그쪽으로 유모차를 몰고갔다. 이제 저녁을 지어야지. ***(지금생각) 지금같으면 이유식도 참 잘 나와서 먹일수 있는게 많았으련만~~ 우리 큰딸 많..

1989년 4월 6일 목요일 맑음 오후 10:50

어느새 봄이 무르익어 순백색의 목련이 활짝 피고 연분홍빛 진달래며 샛노란 개나리도 활짝 웃고있다. 진해에서는 벗꽃놀이 축제 군항제가 시작되고 우리아가는 안스럽게도 며칠 설사로인해 병원에 다녔더니 얼굴도 핼쓱하고 살이 쪽 빠졌다. 신경질만 늘고 자꾸 떼만쓰고 잘 먹는다고 이유식을 너무 많이 먹였던게 탈이었다. 너무 많이 체했기 때문에 설사를 오래도록 하는것이라고 했다. 이제는 설사가 멎었는가보다 기분좋게 잘 놀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먹는것이 잘 나오지도 않는 젖과 밥물뿐이니 걱정이다. 다른것은 먹이려면 며칠동안 기다려보고 조금씩 먹여야한다. 이가 조금 삐져나온게 예쁘다.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늦는편이라 신경도 안썼는데 어어느날 숫가락으로 물을 먹이는데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서 알게 되었다. 어찌나 신기..

1989. 3. 22 수요일 맑음.

화창한 날씨다. 그야말로 봄날씨 참으로 좋다. 은행으로 마을금고로 다녀왔더니 좀 피곤하다. 아가는 잠이 들었다. 재롱이 한층 늘었다. 도리도리 짝짝꿍.. ㅎㅎ 팔을 붙잡고 일어서서는 무릎을 굽신굽신 흔들어대고 그이가 어제저녁에는 너무너무 기운이 없었다. 주임으로 승진했는데 월급이 하나도 오르지 않은것이다 그토록 열심으로 일했는데.. 거의매일 10시가 넘고 일요일 공휴일까지도 일했넌데.. 바빠도 신바람이 난다고 그토록 충실히 일했던 그이가 어제는 너무도 안스러웠다. 사람이 기분에 사는것인데 이렇듯 기운이 쭉 빠지게 하다니.. 일한 댓가는 꼭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하루 쉬고싶다고 하더니 감사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냥 출근했다. 회사가 너무한다. 몇만원 더 준다고 망하는것도 아닌데.. ***(..

1989. 3. 9 목요일 오후 5:45 맑음

아가가 조금씩 기기 시작했다. 언제부턴지 기려고 엉덩이를 들었다가 앞으로 움직이려 연습을 하더니 저혼자서 조금씩 기었다. 너무도 신기하고 어여쁜 나의 사랑스런 딸 사람을 보면 떠들려 하고 많이 사교적이 되었다 정말 요즘엔 딸아이 보는 재미에 사는듯 싶을 정도로 온 정신을 아가에게 빼앗겼다. 저혼자서 보행기를 타고 다니며 무어라고 떠들기도 하고 논다. 머리 파마 할동안 한번도 울지않고 잘 노는 우리아가. 이사람 저사람 안아주어도 처음에만 조금 머뭇거리다가 웃기도 하고 잘 놀았다. 3일동안 변을 보지 않아서 걱정을 했었는데 오늘 좋은변을 봤다. 한 이틀동안 소화불량으로 토하고 설사를 해서 걱정을 했는데 주사한대와 이틀 약을 먹고는 거뜬히 낳았다. 건강한 우리아가 즐거운 나날들이다. ***(지금생각) 내가 머..

1989. 3. 2 (3) 밤 1:23 비

도련님이 외박을 나왔다. 고참이라는 사람과 함께 그이는 마감날이라고 술한잔 걸치느라 아직이다. 아가는 외할머님댁에 다녀와서 피곤한듯 깊이 잠들었다. 어제 설사를 하더니 잘 먹지않는다. 자꾸 보채기도 하구.. 비가 주룩주룩 많이 내린다. 봄을 재촉하느 비일가? 제법 많이 내리는데 그이는 우산으 쓰고올까? 졸립다 ***(지금생각) 늦게 오는 신랑 비맞고 올까봐 걱정하는듯.. 에구~ 천사나셨네 무슨걱정... 도련님.. 지금은 삼춘이라고 부른다 내가 시집와서 삼춘은 군에입대하였다 남편보다 6살 아래.. 참 착하고 지금까지도 쭈욱 같은 사람 술 담배도 안하고 모범생이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내 말도 잘 들어주고 지금 단란한 가정 이루고 잘사는거 보면 뿌듯하고 참 이뿌다^^ (같은 형제인데 우리 남편이랑 너무도 다..

1989. 2. 28 화요일 맑음 밤 9:50

요즘 그이가 일에 열중해있다. 일에 재미를 느끼고 인정받는게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는가보다. 주임승진 되고부터 퇴근시간은 10시가 넘고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못해도 그는 굉장히 힘이있다. 그러나 피로가 쌓여서 눕기만하면 잠이든다. 일요일에도 쉬지않고 출근했던 사람 의욕이 넘쳐흐른다. 열심으로 일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좋다. 우리 공주마마 아가는 부쩍 시끄러워졌다. "엄마" 를 어찌나 크레 외쳐대는지 t.v 도 소리를 들을수 없을때가 종종있다. 똑바로 "엄마!" 라는 말을 외칠때 비로소 내가 한 아이의 엄마로구나 하는것을 진하게 느꼈다. 사랑스런 나의공주. 깊은잠에 빠졌다. ***(지금생각) 열심히 일하는건 인정 지금도 일은 성실하고 열심히 잘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