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육아일기

'88년 6월26일 일요일 맑은날 오후 6:55

코스모스13 2010. 8. 28. 16:37

그가 요즘 매일 늦게 들어온다

오늘도 회사에서 놀러간다고 나갔다

어제는 토요일이건만 늦게 들어왔다

아기 목욕을 함께 시키기로 했는데..

매일 늦게 오는 바람에 제대로 씻기지도 못해 종일토록 잠도 안자고 칭얼댄다

 

오늘은 꼭 일찍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도 종무소식이다

반찬이 아무것도 없어서 시장을 다녀와야 하건만 집안일은 통 신경을 쓰지않는 그가 밉기만 하다

늦게 들어오는날은 전화라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가장이 돈벌어오는것 외에 전혀 무신경인것같다

아기도 보고프련만 빨리 들어오고싶지도 않을까?

내가 꼼짝을 햘 수 없을때 나를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부부간에 어려울때 오히려 늦게만 들어오는 그가정말 밉다

반찬타령만하고..

난 어떻하라고..

아직 철부지인 사람하고 결혼을 했나보다

 

아기랑 하루종일 씨름하다 보면 지칠대로 지치는것을 그는 알까?

게다가 기저귀는 쉴 사이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밥 먹을 시간도 모자라 때를 넘기기 일쑤인것을 그는 알까?

힘에 벅차다 .

아직까지 감당하기 힘들다

엄마께로 얼른 달려가고프지만 그럴수도 없는 현실이 얄궂다

정말 속상한다

그래서인지 젖도 잘 나오지 않는다

 

아기는 항상 칭얼대며 입을 오물거린다

오늘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에게 화를 냈다

어린 것이 무슨죄가 있다고...

실컷 울고프다

어디에 대고 하소연이나 했으면 좋겠다

 

그는 내가 잘할때만 좋아한다

집안일을 깨끗이 정돈하고 반찬을 잘하고 그래야만 집에도 일찍들어온다.

혹시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것일까?

내가 아무리 귀가 닳도록 이야기를 해도 그때뿐 요즘에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

그냥 주어진 일들이 짜증스럽기만하다

이런저런 공상들로 머리가 복잡해 꿈자리가 시끄럽다

 

친구들도 다 소용없다

아기를 낳았는데 찾아오는애 하나두 없다

전화들만 하고..

정말 여자친구는 시집가면 그만이라던 말이 실감난다

모든거 다 팽개치고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떠났으면...

 

사랑스런 나의천사를 데리고 가야겠지

배고프면 울면서 입을 오물거리며 나를 찾을텐데..

온 방안이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만이 감돌뿐 모두다 조용하다

아가의 가냘픈 숨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

 

사람이 변했나?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날이 늘어가고 담배도 많이  피우고..

 

밉다 !~

아무튼 그가 밉다!~

밉다~

밉다~~

 

속상한다

속이 답답하다

가슴이 터질것만같다

 


 

지금생각하면 그는 아기에게 질투를 느꼈던것같다

둘이만 함께 살다가 아기에게 온통 신경을 써야하니 참을성이 적은 그가 나름대로 햄들었던 모양이다

지금 그 이야기를 하면 ~~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다시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잘해줄꺼라고 한다.

바보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