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어제

코스모스13 2010. 11. 29. 21:28

산행후 목욕탕에서의 일이다

노곤노곤한 몸으로 싸우나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발디딜 틈이 없다는말은 이런걸 두고 하는말같다

어린아이들 조롱조롱 달고 ...나이많으신 어머님들도..관광오신분들도..

모두 이곳으로 모인듯하다

관광호텔 사우나라서 늘 붐비지만 어제는 더욱더 사람들이 많았었다.

 

시간이 오후 4시쯤이니 그럴법도 하다

집안 바쁜일 모두 끝내놓고 사우나에 몸 담가서 피로를 풀러 왔겠지~~

김장 끝내고 오신분들도 있겠고 나처럼 산행끝내고 온 사람들도....

암튼 난 노련하게 자리를 잘 잡았다

막 끝내려는분을 용케도 잘 짚었다

회심의 미소를 짖고 막 앉으려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님이 홀로 엉거주춤 천천이  걸어오신다

난 어렵사리 잡은 자리라서 틈을 조금 내어드리고 나도 삐집고 들어앉았다

그런데 그 할머님은 덩치도 많이 크셨고 샴프도 이태리 타올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시고 목욕탕에서 내어주는 수건만 달랑두장....

 

바로 옆에서 목욕하던 젋은 아낙네가

"할머니 아무것도 안 가지고 혼자 오셨어요?" 묻는다

할머니는 힘없이 입을 자꾸만 오물거리시더니

 " 응!~" 한마디분...

그 젊은 아낙은 마음이 아팠나보다

 

자신의 타올로 비누를 묻히더니 할머님의 온 몸을 싹싹 문질러 드렸다

할머님은  많이 고마워 하시면서 난 댁의 몸을 밀어줄 수 없는데....하셨다

젊은 아낙은 "저는 일행이 있어요 할머니 목욕 잘 하시고 조심해서 가세요!~"

하더니 할머님 몸을 비누로 닦아드리더니 일행과 함께 총총 사라져갔다

 

난 그 모든걸 지켜보면서 탕속에 몸을 담갔다가 할머니 옆으로 갔다

마침 나에게 딸들이랑 함께 올때 썼던 타올이 두개나 더 있었기에 한개를 할머님께 건네드렸다

"이걸 쓰세요!~"

할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시며

"고마워요" 하셨다

잘 들리지 않는 무슨 말씀을 더 하셨는데 잘 안들렸다

 

그리고 난 나에게 있던 일회용 샴프도 건데드렸다

울 엄마 생각이 나서 밀어드리고 싶었지만 나도 산행한 후라서 몸이 좀 피곤하였다

할머님은  내가 드린 타올로 영심히  때를 미시고 머리도 내가 드린 일회용 샴프로 감으셨다

내 마음은 평화로와졌다

그래도 할머님께 무언가 해드렸다는 마음에..

 

아마도 젊은 아낙의 그 꾸밈없는 행동이 나를 더 부추겼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인정은 남아있다는게 즐거웠다

지금도 경상도 사투리를 스며 시원스레 할머님 몸을 거침없이 닦아드리던 그 아낙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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