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14층이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면 아찔하다..
지난 일욜에 있었던 일이다(2010. 11.7)
현충사에서 아름다운 가을을 흠뻑 느끼고 목욕탕까지 다녀와서
아버님 드실 족발과 설렁탕을 사가지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니
엘리베이터 앞에 A4 용지에 "점검중"리라고 써있고 경광등만 반짝거린다
이집에 이사온지 5년째인데 처음있는 일이다
평소에 우리 출근할때 점검하고 퇴근하면 끝나 있어서 걸어서 14층까지 간적은 아직 한번도 없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마트에서 많은 물건들을 사지 않아서 하나씩만 손에 들고 14층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갔다
헉헉거리는 날보고 딸아이와 울랑이 빈정거린다
산엘 그렇게도 많이 다니면서 힘들어한다고..!!~~
난 볼멘소리로
"등산하는것하고 계단 올라가는거하고 똑같냐고요!!~~"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집안이 컴컴하였다
저녁 6시30분인데 아버님께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은것이다
원래 저녁 5시만 되면 들어오시는데..
아버님께 핸드폰을 했다
아버님은 약간 혀가 꼬부라지신 목소리로
"왜? 왜전화했어?"
하시는거다
이크 1년이면 두세번정도 술을 드시는데 그때마다 우리들을 긴장시키신다
술에 약하셔서 마냥 길거리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시고
위치을 말하라고 해도 나 버스기다리고 있어..하셔서 가보면 말하신 곳이 아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듯하여 바짝 긴장을 했다
버스타셨다고 말씀하신뒤 한시간이 흘러도 감감무소식 (30분이면 충분한 시간이건만)
또 전화를 하니 버스타시려고 한단다.
다시 울랑이 전화를 하였다
그랬더니 이제는 버스 내려서 걸어오시는 중이라신다..
대체 어느말이 정답이신지..
엘리베이터가 안되는것도 모르시는데..
도서관에 간 아들에게 전화를 하였다 엘리베이터가 안되니 알아서 일찍 오라고..
그런데 아들이 묘책을 말해주었다
다른 라인으로 옥상까지 올라가서 옥상에서 우리집으로 들어오면 된다고...
아뿔싸!!~~
바보같이 그런 생각도 못한 우리 어른들..
무릎을 탁 치면서 좋아라 아버님께 그 사실을 전화로 말씀드렸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하시는 울 아버님
우리 부부는 옥상으로 올라가 다른 라인으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뛰었다
컴컴한 철길 저 멀리에서 작은 물체 하나가 조금씩 이곳으로 오는게 보였다
울 아버님 발걸음이 맞는것 같다며 울랑이 말하였다
휴!!~~
냅다 뛰어서 아버님 양팔을 잡고 우리는 걸었다
많이 늙으신 울 아버님..
철길에 가까이 오자 좀 쉬었다 가시자고 항상 가지고 다니시는 신문지를 깔고 앉으셨다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프셔서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오시는중에 세번정도 쉬었다 오신다고 하셨다
아버님의 깔끔한 성격탓에 항상 신문지를 휴대하고 다니신다
아버님은 친구분 어머님 제사라서 함께 한잔 하셨다고 하시면서 우시는거였다
모든 설움이 복받쳐오시는듯..
홀로 27년을 어머님 없이 자식들 바라보며 사신 세월과
어린시절 왜정때 고생하신 세월
6.25 때 겪으신 힘든 세월.....
많이 힘드신 세월을 사셨다는 울 아버님이 측은해지는 순간이다.
아버님은 계속 연결되지 않는 말들을 하시며
" 나 이제 살기 싫어!!~ 죽고싶은데 맘대로 안되!!~"
수습할 수 없을정도로 아버님은 힘들었던 인생살이를 다 풀어놓으셨다
나와 울 랑이...할말이 없었다
알았다고 이제 그만 하시고 집으로 가시자고 아버님을 일으켜서 양쪽에서 부축을 하고 걸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 다른 라인으로 들어가니
아버님은 그 정신에도 " 왜 이곳으로 가니?"하셨다
사정을 말하고 집으로 모셨는데....
;;;;;;;;;;;;;;;;;;;;;;;
다른날보다 과음하신듯 설렁탕을 데워서 드려도 조금밖에 못드시고
많이 좋아하시는 족발도 입에도 안대시고
속이불편하시다며 고통을 호소하셨다
;;;;;;;;;;;;;;;;;;;;;;;
다음날....
출근할때 아버님 방문을 열어보니 곤하게 주무시고 계셔서
회사에 출근하여 전화를 드리니 아무일도 없으셨다는듯
초등학교 교통정리를 하러 나가셨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어젯밤 그 일은 모두 잊으신걸까???
퇴근한 울 랑이
"아버지 술한잔 또 드시지요!~"
아버님께서.~~~~
나 술 싫어 !~
나 술 싫어한다!!~
다시 울랑이 큰소리로
다시는 그리 많이 드시면 안됩니대이!~
이제 날씨도 춥고 겨울이니 술드시고 밖에 앉아 계시면 큰일납니대이!!~~
하면서 다짐을 받아둔다
울 아버님 꼭 어린아이 같으시다
목소리가 속으로 기어들어가시며 짧게 한마디
"알았다"하신다
아버님과 말할때는 울랑이 경상도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ㅎㅎㅎㅎ
휴;;;;;;;;;;;
그날 생각을 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서 행복했던 기분 완전 반전되던 그날....
헐;;;;;
엘리베이터와 아버님~~~~~
평소엔 늘 있는 공기처럼 신경을 별로 안 썼었는데 참으로 중요한 것을...
아버님께 더 잘해드려야겠다
많이 외로우셔서 술 기운에 힘드시다는걸 말씀하신듯....
아들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현충사로 가기전에 그날 찍은 사진이다
현충사의 단풍이 넘 아름다와 걍 잠재워두려다가 한컷 올려본다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홍시를 사다가 티비옆에 놓아드렸더니
입가에 웃음이 일면서 말씀하신다
"웬 홍시냐?"
아버님 좋아하시잔아요...
사실 난 낼 산에 가려고 아버님 좋아하시는 닭계장도 끓이고 아버님께 아양(?)도 떨려고 ....
속내를 안 들키려고 말씀 드려놓고도 죄송스런 마음이 .....ㅎㅎ
"아버님 저희 낼 산에가요"
;;;;;;;
"다녀오람!~"
ㅎㅎㅎ
'일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아들아 !!~ 좋은 성과 기대할께^^* (0) | 2010.11.17 |
---|---|
아침에 (0) | 2010.11.16 |
나도 닮고 싶다!~ (0) | 2010.11.13 |
정말로 광주행 아듀!!~(2010. 11.12) 생방송 두번 탄날~~ (0) | 2010.11.13 |
춥다!!~ (0) | 2010.11.11 |